구글이 한국에서 네이버에게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소위 가두리 DB로 불리우는 네이버의 폐쇄적인 한국어 컨텐츠 때문이라는 꽤 유력한 분석이 있다. 지식인을 필두로 쓸만한 한국어 검색 결과는 NHN이 그들의 내부 DB에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시켜 만들게 하거나 혹은 직접 사다가 쌓아놓아 구글의 검색 알고리즘을 무력화 시킨다.

구글의 검색 결과는 내용면에서 나쁘지는 않지만, 많은 경우 영어 사이트를 결과물로 내놓기 때문에 한국인들에게는 어필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이는 유럽과는 달리 영어와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지는 한국어가 한 몫 하는 것 같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 구글은 한국어 DB를 쌓아놓기보다는 자동 번역의 품질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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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번역 시스템은 지금까지 크고 작은 여러 업체와 연구소등에서 개발되어 왔다. 아직까지 그 언어 체계가 많이 다른 언어간에는 결과물이 신통치 않지만 비슷한 언어권에서는 꽤 쓸만한 상태에까지 와 있는 것 같다.

한국어의 경우 일본어와의 번역 품질이 충분히 납득 되는 수준에까지 올라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사업화되었던 제품도 꽤 많았는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이지트랜스 및 네이버의 번역서비스에 사용되는 창신소프트의 엔진, 고려 및 야후 재팬의 번역서비스에 사용되는 CROSS Language의 엔진, Excite Japan의 번역 서비스에 사용되는 Kodensha의 엔진, 그리고 구글의 엔진 정도가 눈에 띈다.

그런데 일반 사용자용 패키지로는 10만~100만원 정도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어서 널리 팔려나가기는 쉽지 않았고 최근에는 그저 유력 포털에서 웹 번역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단편적인 PV를 노린 비즈니스 모델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웹 번역마저 Ajax를 비롯하여 클라이언트에서 처리하는 부분이 증가되는 등의 사정으로 그 아웃풋이 거의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어, 번역 품질 이슈와는 별개로 사업적으로 정체상태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상대적으로 가장 번역품질이 낫다고 생각하는 창신소프트 엔진은 IE6 시절 이후로 실질적인 개선이 없는 상태다.)

하지만 사용자들의 욕구는 계속 있어 왔고 창신에서 2000년대 초반에 출시했던 구형 제품의 트라이얼 버전을 활용한 Firefox의 플러그인이 개인 개발자에 의해서 만들어지기에 이른다. 이를 통해 그 가능성과 수요는 보여줬지만 딱 거기까지 였다.

드디어 2010년 3월! 구글 크롬이 버전 4에 이르러 자사의 번역엔진을 장착했다. 기존 웹 번역 서비스와 같은 엔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지만 브라우저 내에 탑재되어있으므로 웹 번역과는 달리 좀더 완성도 높은 렌더링 품질을 보여주고 있다. 크롬 자체가 아직 불안하기는 하지만 꽤 쾌적하다. 내부적으로 렌더링 과정에 구글 서버를 돌아 갔다와야 할 텐데도 의식 못할 정도로 시원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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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야후가 80%에 가까운 점유율을 가지고 있었던 일본 검색 시장은 구글과의 격차가 6:3정도까지 가까워 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의 네이버와 마찬가지로 가두리 모델을 지향하던 야후가 지금까지는 선전 해 왔다고 한다면, 역시 자국 내에만 해도 일본어 사용인구가 1억 3천만인데다가 개인의 창작 저작물을 존중하는 문화적 배경과 어우러져, 검색 알고리즘을 중심으로 충실히 진화해 가고 있는 구글의 전략이 점차 먹혀가고 있는 것 같다. (네이버 재팬은 여전히 야후가 안하는 혹은 못하는 새로운 가두리 양식장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일본에서의 구글의 성공이 단지 일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의 자연스럽게 이해 가능한 일한 자동 번역기능을 탑재한 크롬의 배포와 맞물려 한국에서도 혹시 새로운 변화의 단초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 사람들이 구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가두리 양식장 야후 재팬에서의 제공 못한 것을 구글 재팬에서 제공했기 때문일거다. 그런데 크롬을 설치하는 것 만으로 그 혜택을 한국어 사용자도 입을 수가 있는 것이다.

원 저작자가 존중 받지 못하는 펌질 중심 문화에서 4500만명이 만들어낸 컨텐츠와 1억 3천만이 저작자 존중의 사회에서 만들어낸 컨텐츠가, 나름의 신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다 해도 단지 몇 천명 직원으로 이루어진 NHN의 노력만으로 얼마만큼의 방어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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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입장에서는 더욱 풍요로운 인터넷 환경이 됐다. 유럽 유수의 나라가 자국의 포털이 발달하지 못하고 모두 구글을 쓰는 것도, 기본적으로 영어를 쉽게 배워서 잘 쓰기도 하기 때문이겠지만, 거기에 더해 자동번역의 품질이 좋았던 것도 무시 못할 이유였을 것이다. 이제 한국어에도 (단순 인구 비례의 산술 계산이라는게 무리가 있긴 하지만) 3배의 컨텐츠가 갑자기 쏟아지게 된 것 이다.

아직 구글의 일본어 번역은 오래전에 나온 창신의 번역엔진에 비해서도 좀 떨어지는 것이 체감될 정도이지만 꾸준이 개선되고 있는 듯하니, 크롬의 점유율과 번역 품질이 지금보다 나아질 2년 뒤에는 어떤 상황이 되어 있을지 아무도 장담 못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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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사랑가루 2010/04/27 01:00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잘 읽었습니다.
    구글을 싫어하진 않지만 세계 검색 시장을 한 회사가 장악한다면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합니다. ^^

    • 셀리즈 2010/04/27 08:59  편집/삭제  댓글 주소

      검색을 단지 수많은 정보 유통 체계의 하나로 볼 수 있다면 그리 큰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4. 셀리즈 2010/04/28 17:23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Ctrl+F에 의한 검색에서 FF/IE와는 달리 크롬에서는 한글 발음에 대응하는 한자까지 같이 찾아지는군요. 예를 들면 일본이라고 입력하는 것만으로 페이지 내에 있는 "일본"과 "日本"이 모두 찾아 집니다.

  5. xelern 2010/04/29 09:0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클라이언트설치모듈도 아니면서 그정도 속도를 내는게 놀랍습니다.

  6. 창우 2010/05/29 00:48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으흐 부럽습니다.

카무쿠라(神座)는 간사이에서 시작된 유명한 라멘 체인점이라고 한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시부야에 나갔다가 맛 본 가게다. 사실 포스트 하는 시점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 기억에 남는지를 알려주는 글이 되기가 쉽겠다. -_-;

일본의 라멘은 한가지 음식을 지칭한다기 보다 하나의 카테고리처럼 되어 가게마다 매우 성격이 다르며, 히라타이슈우와 카무쿠라도 그렇다.

카무쿠라의 경우 통상 챠슈, 멘마, 계란, 파, 김으로 이루어지는 라멘의 기본 골격에 배추를 더한 경우이다. 국물은 개운한 맛을 지향하고 있어 기스면의 호화 토핑판의 느낌이 든다. 대형 프렌차이즈 답게 대다수 평균적인 사람들을 만족 시켜줄 수 있는 맛은 물론이고, 식권 자판기 앞에 서 있으면 한국어를 비롯한 여러나라 말로 안내 방송까지 제공하고 있다.

또한 부추김치스런 토핑이 무료로 제공되어 전형적인 한국 아저씨들도 부담없이 먹을 수 있다. 순대국에 부추김치 넣어 먹는 걸 생각하면 된다. (사진은 부추 토핑을 하지 않은 것이다)


차슈가 조리 방법과 두께에 따라 몇가지 종류가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얇은 쪽이 맛있었던 것 같다. 고기 토핑을 제대로 해서 설렁탕 같은 느낌으로 먹을 수도 있다!!

토핑의 종류에 따른 조합의 방법도 나름 많아서 완전 커스텀 버전의 라면도 가능하지만 간판 아래에 있는 대형 메뉴판의 조합된 버전을 고르는 것이 간단. 게다가 순위까지 나온다. 초행이라면 일단 1위를 선택해 보면 된다 ^^

소개할 또 하나의 가게 히라타이슈우(平太周)는 JR오오사키(大崎)역과 JR고탄다(五反田)역 사이에 있는 릿쇼우대학(立正大学)근처의 라멘 가게이다. 토큐이케가미(東急池上)선의 오오사키히로코지(大崎広小路)역 바로 옆이다. 일단 가게 앞의 안내 메뉴에 있는 굳은 기름을 폭탄 맞은 듯한 아부라바쿠모리(あぶら爆盛り) 라멘 때문에 선뜻 들어 가기 어렵지만, 일단 먹어보면 츠케멘 못지 않게 진한 맛이 살짝 중독성까지 있다.

이미지 출처: 구글맵스

처음 라멘 위에 흩뿌려져 있는 하얀 물체는 굳은 기름과 더불어 마늘인 것으로 보이는데 진한 맛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라멘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사람에게 어필할 수 있는 이유가 되는  것 같다.

차슈멘은 말할 것도 없고 특제 라멘에도 부드럽고 맛있는 충분한 양의 차슈가 딸려 오는 것도 마음에 든다. 아지타마 역시 훌륭하다.


면에 휘감겨 있는 진한 소스 때문인지 처음 먹은 날 중독(!)되어서 한동안 많이 먹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한 맛이 물리기 시작했다. 여느 라멘집과는 달리 농도를 정할 수 있는데 가장 엷은 맛으로 해도 여전히 진했다 -_-;

이때 공기밥을 추가해서 적셔먹어 봤더니 꽤 괜찮았다. 사실 일본에서 경험해 본 라면집은 대체로 맛이 진하고 강한 편이었기 때문에 밥과 같이 먹으면 좋았던 것 같다. 대개 소(小)라이스등의 밥 메뉴도 주문이 가능하다.
다만 국물에 말아 먹는 사람들은 없고 따로 먹는 분위기 -_-;

참고로 맛의 농도, 지방의 양, 마늘의 양은 각각 5단계로 주문이 가능하다.
두 가게 모두 중간 가격은 850엔~1000엔 사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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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9 09:15 2010/04/1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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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xelern 2010/04/29 09:05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일본라면은 처음엔 너무 짜고 진한 육수맛에 좀 적응이 어려웠는데
    먹을수록 그 매력에 빠지는 느낌이네요..

  4. 셀리즈 2022/02/13 02:52  편집/삭제  댓글 작성  댓글 주소

    사실 히라타이슈우의 라멘은 한동안 충격적으로 빠져서 즐겼었는데, 무려 십년 하고도 몇 년이 지난 후 쿠베 로쿠로/카와이 탄 작가의 라면재유기(らーめん再遊記)라는 작품을 통해 이것이 세아부라 챠챠계라고 불리우는 한 때 시대를 탔던 트렌드의 라면임을 알게 됐다. 덕택에 작품을 보다 현실감 있게 즐기는 데에 도움이 됐다. ^^;

애플의 중흥을 이끌고 있는 앱스토어를 보고 있자면 1980년대 아타리를 문득 떠올리게 한다.
개인적으로는 당시에 어렸기 때문에 나중에 회고되는 이야기를 보고서야 알았지만, 당시 아타리는 게임기로 플랫폼 사업을 하고 컨텐츠의 개발과 유통은 누구에게나 오픈 했던 모양이다.

결국 수준 미달의 게임이 범람하여 수질 관리가 안된 나이트 클럽처럼 시장 자체가 붕괴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런 시장 환경속에서도 닌텐도는 "수질 관리 체계" - 서드파티 제도를 잘 운영하여 오히려 시장의 주도권을 잡게 되었다.

1980년대에도 잡지의 랭킹 시스템 등을 통해서 저질 SW의 구매가 어느 정도 필터링 되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현실은 매장에서 케이스만 보고 구입하는 유통 프로세스 때문일지 역부족이었나보다. 아니면 닌텐도의 빛나는 상위권 SW 보유량이 아타리의 몰락을 가속했을까?

요번 아이폰OS 4.0 발표 때 애플의 포스톨 부사장은 수 천개 수준인 PSP와 NDS의 게임 갯수를 언급하고 아이폰에서 구동되는 게임의 숫자가 10배 이상이라고 이야기 했다고 한다.

단지 게임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아이폰에는 사용 가능한 애플리케이션의 숫자가 너무 많다.
분야별로 잘 나가는 SW가 2~3개 정도 있을 때까지는 건전한 경쟁이 되는 것 같지만 지금의 아이폰은 선을 넘은 것 같다. 마치 채널이 5만개 있는 케이블TV에 가입한 것 처럼... 아마도 안드로이드는 선을 더 넘어 달려 갈 것 같다. 사실 5천개 남짓의 게임을 출시한 닌텐도 DS마저도 최근에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컨텐츠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시점에서..
앞으로 몇년간의 컨텐츠 비즈니스의 패러다임은, 컨텐츠 제작 시장은 오픈 시켜놓고 결과물과 사용자를 연결시키는 것이 될 듯 하다. 일종의 수질관리 비즈니스.... 이것이 아타리 쇼크를 비즈니스 기회로 이용하는 본질인 듯 하다.

콘솔게임 유통에서는 닌텐도가 그것을 담당했고, 웹사이트 유통에 있어서는 구글과 야후재팬과 네이버가 하고 있는 것.

컨텐츠의 한가지 분야인 게임 유통에 있어서는 소위 "퍼블리싱" 업체가 그런 역할을 일정부분 해가고 있는 듯 하지만, 공짜에서 2~3달러 이내의 온라인 게임 유통과는 성격이 약간 다른 것 같다. 오히려 충성도 있는 사용자 그룹을 가지고 있는 페이스북, 믹시, 모바게, 그리등의 회사가 한 걸음 앞서고 있는 게 아닐까. 그리고 애플이 아이폰OS 4.0 발표와 함께 진출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글쎄... 아직까지는 이런 패러다임으로 접근하는 회사는 없는 것 같다.
다만 매사에 컨텐츠의 "유통 플랫폼"임을 주장하는 NHN이 일면 비슷한 사고를 하고 있는 것 같지만 수질관리 시스템 부분에 있어서는 자의건 타의건 간에 방조 하는 컨셉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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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11 15:27 2010/04/1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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